필자는 지난 2017년에 한 번, 2024년 2분기에 한 번 총 2회 미국법인을 설립했고, 지금도 운영 중이다. 미국 법인 설립을 고려 중인 중소기업, 스타트업이라면 경험 부족으로 인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혹은 빠뜨린 것은 없는지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중요한 절차를 누락할 경우 기껏 비싼 비행기표를 지불하고 미국을 방문한 노력이 헛걸음이 되기도 한다. 자금이 풍족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이러한 시행착오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도 다양한 시행착오를 직접 겪으며 미국 법인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런 식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작성한다. 본 포스팅을 통해 미국 법인 설립에 대한 가장 최신의 정보를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크게 어려운 내용은 없다. 다만 중요한 포인트들을 누락 없이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Step1. 미국 법인 설립을 대행해 줄 세무&회계 법인 선정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국 법인 설립 업무를 대행해 줄 업체를 찾는 것이다. 이 때, 미국 내 사무실 주소를 제공해주거나 전화번호를 제공해주는 등의 관련 업무 전반을 처리해주는 대행사와 일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 회계사와 세무사들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전문 세무 법인과 직접 일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다. 대행사와 일할 경우 결국 대행사들이 다른 회계사를 통해 법인 설립 업무를 대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괜히 더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는 결과 된다. 또한 추후 법인 세무 관리까지 해당 세무 법인에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세무 법인과 직접 일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쉽게 말해 무슨 무슨 세무 법인, 회계 법인이라는 상호를 갖고 있는 업체와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검색을 해보면 미국 법인 설립 업무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세무 법인을 여러 개 찾을 수 있고, 후기를 참고해 적합한 세무 법인을 선정해 연락하면 된다. 이 때, 한국에 위치한 업체와 일하는 편이 좋다. 해외에 위치한 업체의 경우 시차가 있어서 협업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답답한 일이 있을 때 편하게 전화하거나 찾아가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국내 세무 법인을 통해 법인 설립 업무를 진행했으며, 설립 대행 서비스에 부가세 별도로 150만원의 금액을 지불했다.
Step2. 서류 준비 및 법인 설립
이 단계는 사실 선정한 세무 법인의 안내에 따라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만 하면 되기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세무 법인 측에서 적합한 법인의 형태를 제안해줄 것이며 필요한 서류를 정리해 안내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은 세무서에 가면 당일에도 발급되는 한국의 사업자등록증과는 달리 미국의 경우 사업자번호(EIN)가 발급되는데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미리 유념해둬야 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 처음 법인 설립 신청서를 넣은 시점부터 사업자번호가 발급되는데 까지 약 3~4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미리 유념하고 시간 계획을 세워야 이후의 업무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사실 사업자번호(EIN)이 나왔다면 이미 법인 설립 자체는 끝이 났다고 봐도 좋다. 그런데 우리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이유가 뭘까? 당연하게도 해외를 대상으로 입금을 받고 출금을 하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아직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절차가 남아있다. 바로 법인 계좌 개설이다.
Step3. ITIN 발급
만약 미국 SSN이나 ITIN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번 섹션은 생략해도 좋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면 집중해서 읽어야 할 섹션이다. 앞서 계좌를 개설해야 할 차례라고 말은 했지만 그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미국 납세자 번호인 ITIN을 발급받는 것이다.
미국에는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번호가 두 가지 있다. “Social Security Number(SSN)”와 “Individual Taxpayer Identification Number(ITIN)”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일종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과거에는 이런 것들이 없이도 미국 법인 설립만 완료 되어 있다면 법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필자도 실제로 지난 2017년에는 ITIN이 없이 법인 계좌를 개설 했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원칙적으로는 계좌 개설을 위해 ITIN이 필요했고, 이런 방식은 편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주요 시중 은행들의 정책이 엄격해져 SSN이나 ITIN이 없는 사람에게는 계좌를 개설해주지 않는다. 이걸 모르고 계좌 개설을 하러 미국을 방문했다가는 헛걸음을 하게 될 수 있으니 매우 주의해야 한다.
물론 미국에도 한국의 토스뱅크나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은행들이 있고 이런 은행들은 아직 절차가 엄격하지 않기에 ITIN이 없이도 계좌를 개설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가 직접 진행해본 것은 아니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이왕 미국 법인을 만든다면 이런 인터넷 은행들 보다는 Bank of America 같은 메이저 은행에서 계좌를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은행들의 계좌를 갖고 있어야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여지도 적고,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수준 높은 고객 서비스를 받아 사업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영위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ITIN 발급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는 SSN이나 ITIN을 갖고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즉, 지인의 ITIN을 사용해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추천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ITIN을 사용해 계좌를 개설한다면 그 사람도 해당 계좌의 잔액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갖게 된다. 아무리 믿을 수 있는 사람의 ITIN을 사용 한다 하더라도 사업 시작 단계 부터 이런식의 리스크를 굳이 감당할 이유는 없다. 정리 하자면, 2024년 현재 시점에서 미국 법인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ITIN발급이 필수다. 계좌가 없다면 미국 법인의 존재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 법인 운영을 위해서는 ITIN 발급이 필수라고 할 수 있겠다.
ITIN 발급 역시 대행해주는 업체를 통해 진행한다. 나는 미국 법인 설립을 도와줬던 미국 회계사님에게서 소개를 받아 진행을 했다. 소개가 없더라도 약간의 검색을 진행하면 충분히 괜찮은 업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청하는 서류를 준비해 전달해 주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진행이 되며, 미국 법인을 이미 개설했기 때문에 발급 자격 역시 충족된 상태다. 비용은 55만원 정도 소요되었다.
Step4. 미국 방문 및 법인 계좌 개설
여기까지 완료했다면 드디어 계좌 개설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차례다. 필자는 Bank of America 계좌를 개설했다. 다른 은행들은 써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Bank of America는 한국어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한국인 입장에서 사용하기 참 편한 은행이다. 미국 내 지점이 아주 많다는 점도 좋다. 미국 법인 계좌 개설을 위해 필요했던 서류들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참고로 필요 서류는 지점 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방문 예정인 지점에 미리 연락을 해 법인 계좌 개설이 필요한 서류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미리 확인을 하는 것이다.
- Articles of Incorporation (AOI)
- EIN Letter
- 대표자 본인 여권
- 미국 법인 주소&전화번호
AOI와 EIN레터는 미국 법인 설립 절차를 완료했다면 이미 확보가 된 서류다. 법인 주소는 대부분의 설립 대행을 해주는 세무 법인에서 알아서 처리를 해주니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전화번호인데, 국내에서 업체를 통해 미국 내 전화 번호를 하나 만들어 두고 출국하는 것을 추천한다. 은행 지점에 따라서는 전화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필요했었고 큰 비용 드는 일이 아니다 보니 그냥 안전하게 만들어 두고 가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게다가 어차피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전화번호 정도는 꼭 필요하다.
전화번호까지 준비했다면 이제 출국을 위한 비행기표를 예매할 때다. 개인적으로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면 LA나 뉴욕같은 대도시의 한인 타운에 위치한 은행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곳에는 한국인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고 사실상 한국에서 업무를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참고로, LA한인 타운에는 Bank of America 지점이 2개 있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바로는 두 지점 모두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모든 직원들이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해줬었다.
- Bank of America Financial Center – 3442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10
- Bank of America – 3320 W Olympic Blvd, Los Angeles, CA 90019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팁을 덧붙이자면, 계좌 개설을 원하는 은행의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지점과 미리 시간 약속을 잡고 가는 편이 좋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 약속을 잡으며 메모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과의 상담을 선호합니다.’와 같은 내용을 넣어 두면 더 좋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가더라도 운이 좋다면 웨이팅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겠지만 예약을 해 두면 은행에 헛걸음을 하거나 너무 오래 기다릴 리스크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사실 계좌 개설에 필요한 시간은 은행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1~2시간 남짓이다. 그러나 몇일 여유를 잡고 출국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을 한다면 대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마쳤다면 미국 법인 설립을 위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 수고 많았다! 사실 미국 법인 설립에 대한 포스팅이지만 내용의 대부분은 계좌 개설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 만큼 계좌 개설이 창업자 입장에서는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FAQ
위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몇 가지 사항들을 추가로 FAQ를 통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FAQ까지 숙지 한다면 중소기업 입장에서 미국 법인 설립을 위해 필요한 지식은 대략적으로 거의 다 습득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Q1. 미국 법인 계좌 개설을 위해 꼭 미국을 방문해야 하나?
A1. 결론부터 말 하자면 그렇다.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해당 법인의 CEO나 CFO의 서명이 필요하다. 일부 대행사의 경우 대행사 직원을 CFO로 임명해 계좌 개설을 대행해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는 있다. 그러나 필자는 아무리 공신력 있는 거래처라고 하더라도 회사 경영진에 외부 인사를 추가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느껴 이렇게 진행하지는 않았고,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물론 미국행 비행기표와 숙소 비용 등이 초기 창업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회사의 시작을 위해 그 정도의 투자는 감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미국 법인은 어느 주에 개설하는 것이 좋은가?
A2. 델라웨어나 와이오밍 같이 세금이 적은 주를 선정하는 것이 정답이다. 필자는 2017년 별 생각 없이 심리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캘리포니아에 법인을 설립했었는데, 이는 큰 실수였다. 델라웨어나 와이오밍 같은 주 대비 세금이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고생을 좀 했었는데, 멀쩡하게 사용하고 있던 가상사무실 주소를 더 이상 주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 새로운 사무실 주소를 찾아야 했던 적도 있다. 실제로 최근 많은 회사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 델라웨어 등의 주로 이주하고 있다는 것은 뉴스에도 보도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정한 세무 법인에서 더욱 상세하게 설명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Q3. 미국 입국 심사 시 팁은?
A3. 최근 몇 년간 미국 입국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필자의 경우 ‘Business Trip(출장)’이 아닌 ‘Travel(관광)’ 명목으로 ESTA를 신청했으며 입국 심사관에게도 그냥 여행차 왔다고 이야기를 했다. 일하러 왔다고 하면 까다롭게 군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고 문제 없이 통과가 되었다.
여기서 긴 포스팅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새로 확인 되는 내용이 생길 때마다 포스팅은 업데이트 할 예정이며, 혹시 질문이 있으신 독자는 이메일 문의를 해주셔도 좋다. 빠른 답장을 약속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 드리도록 하겠다.